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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정대진의 영화이야기] 막연한 시간이 찾아왔다.

막연한 시간이 찾아왔다.

 

새해를 맞이하는 기대감과 함께 걱정마저 물씬 피어오르는 12월이.

 

이 한 해를 마무리하며 글쓴이는 지금, 그리고 이 글이 올라간 후에도 요런 골똘한 생각에 빠져 있을지 모르겠다.

 

‘올해는 나에게 뜻 깊은 순간이었을까? 또 내년은 내게 얼마나 보탬이 될 순간들이 찾아올까?’, 하고...

 

기대는 아쉬울수록 떠오르고, 만족할수록 부푼다.

 

나는 이토록 기대감이 벅차오르는 시간들을 좋아했었다.

 

예를 들어 이맘 때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던 어린 시절의 나는 울음을 터뜨리다가도 ‘우는 아이한텐 크리스마스선물이 없다’는 말에 뚝 그쳐, 그 기대감에 날로 북받치는 기분을 느꼈었다.

 

이는 분명 나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모두가 그러할 것이다.

 

자그마한 일에도 일희일비하는 미숙한 어린 시절 누군가가 울면 따라 울고, 누군가가 웃으면 따라 웃었다.

 

그러한 기대가 있었다. 조그마한 변화에도 새 것을 맞이하는 기대감이...

 

다만 아쉬운 점이 있노라면, 그러한 기대는 점차 무뎌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매년은 질리도록 돌아오고 매일 당면한 문제들에 치여, 매 시각 촉박한 일상은 우리들로부터 이러한 풍조를 느낄 여유조차 빼앗아간다.

 

어쩌면, 이맘때 몰려드는 정산과 결산이라는 단어가 마음의 띠를 바짝 조여 오는 만큼 성인의 몸으로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에겐 방심할 수 없는, 지극히 당연한 순간이 찾아왔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므로 글쓴인, 지금은 이 시기가 싫다.

 

나이가 들어감을 체감할수록 마음속에서 스르륵 무언가가 흘러나와 눈 내려 녹은 물줄기와 함께 배수구로 빨려 들 듯 한 기분마저 들 때가 있기 때문이다.

 

‘매일이 설레었고 선물 받을 날 만을 기대하던 동심이란 어쩌면 왜 이리도 쉽게 손안에서 빠져나가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다 문뜩 그런 생각으로 가득 차 TV를 켰고, 굉장히 반가운 타이틀을 발견했기에 이렇게 소개해보고자 한다.

 

전작(폴른 킹덤)의 이슬라 누블라 화산폭발로 인한 공룡들의 구출, 그 아래 도사리던 음모를 타파하고 시간이 흐른 뒤.

 

테마파크의 관람물에서 이제 세상에 풀려나게 된 공룡들은 인류의 생사여탈권을 위협하는 동시에 수탈의 대상으로 전락하였다.

 

그런 와중 생명공학기업 바이오신은 정부로부터 공룡의 독점포획권을 따낸 뒤, 종의 보존과 연구라는 명목으로 자체적인 보호구역을 설립한다.

 

주인공 오웬(크리스 프랫)과 클레어(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는 매일같이 풀려난 공룡들을 밀렵꾼으로부터 보호해 안전지역으로 인계하며 복제인간으로서 주목의 대상이 된 메이지 록우드(이사벨라 서먼)를 세간으로부터 감춰 돌본다.

 

청소년이 되어 한참 바깥세상에 대한 궁금증이 큰 메이지는 갇혀있다시피 한 현재의 생활에 불만을 토로하지만, 미숙한 부모인 오웬과 클레어와의 골은 깊어져만 간다.

 

한편, 미국 남서부에서 거대 메뚜기 떼가 농작물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사건이 일어나 이를 조사하기 위해 나온 앨리 새틀러(로라 던)박사가 파견된다.

 

그녀는 농지를 둘러보던 중 바이오신의 개량 농작물만이 메뚜기 떼의 피해를 보지 않은 것에 의문을 느끼고,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을 만나러 가는데...

 

스티븐 스필버그감독의 쥬라기 공원 세계관을 토대로 한 월드 시리즈, 그 삼부인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총 6부에 달하는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함과 동시에 이후 작품이 나아갈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

 

테마파크에서 벗어난 공룡들로 인하여 전 세계적인 사건들이 발발하는 와중 복제생물의 정체성, 인간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결코 양립할 수 없는 공룡과 인류의 존속이란 문제를 직면하게 된 주인공일행의 모험은 여전히 박진감 넘치는 연출과 액션으로 이목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이 같이 재미난 이야깃거리들은 절정에 다다를수록 퇴색되어가고 메인화제인 공룡과는 거리가 먼 유전자변이 메뚜기의 대두, 무분별하게 나눈 등장인물의 비중분배로 인하여 내러티브의 빈약 등....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었기에 생겨난 허점들로 인하여 못내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 되었다.

 

다만, 유전자변이의 문제점은 메뚜기라는 대상으로 변모했을 뿐. 구작을 통틀어 월드 시리즈 전반을 관통해온 주제 중 하나이며 카오스 이론과 과학의 외면을 통해 자연은 통제할 수 없는 것이란 걸 보여준 역대시리즈에 더해 순응과 공존으로 세계관의 폭을 넓히고자 한 시도만큼은 시리즈 차후를 긍정적으로 볼 여지를 준다.

 

더불어 전 작들의 다양한 오마주와 반가운 인물들의 등장은 이제는 어른이 된 시리즈 팬과 그 자녀들에게의 헌상작품이란 느낌이 들게 하였다.

 

흐릿한 추억보다도 과거를 통감하게 하는 건 이처럼 변해가는 자신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 아닐까싶다. 어릴 적의 나는 공룡이라면 무엇이라도 좋았다.

 

그러고 보면 내가 공룡을 좋아했단 것도 간만에 떠올리지 않았을까? 참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 이상 공룡을 보아 설렘을 품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작품이 나오길 기대하였을 자신을 상상해볼 순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도 글쓴이는 여전히 자신에게 동심이 남아있으리란 기대감을 갖고, 시리즈의 차기작을 기다려 보고자 한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변하는 것이 있는 만큼, 변하지 않는 것 또한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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