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25 (일)

  • 구름조금동두천 30.0℃
  • 흐림강릉 26.9℃
  • 구름많음서울 31.8℃
  • 구름조금대전 32.0℃
  • 구름많음대구 30.5℃
  • 맑음울산 30.1℃
  • 구름많음광주 31.6℃
  • 연무부산 30.4℃
  • 구름많음고창 30.7℃
  • 맑음제주 31.7℃
  • 구름조금강화 30.0℃
  • 구름조금보은 31.0℃
  • 구름많음금산 31.9℃
  • 구름조금강진군 31.1℃
  • 구름많음경주시 28.7℃
  • 맑음거제 29.9℃
기상청 제공

오피니언


[정대진의 영화이야기]상상해보자

새해가 밝아, 새롭게 나아갈 한 해가 우리 앞에 있다.

 

이제는 길고도 짧게 여겨지기 시작한 일 년의 여정이다. 그렇기에 어떤 마음으로, 어떤 기대감을 품고 나아가야만 할까. 고민스럽다. 또 염려스럽기도 하다.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매일, 그것이 당연치 않게 되는 순간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오기 때문이다.

 

우리는 시간에 휩쓸린다. 썩어 떨어진 나뭇조각이 망망대해를 정처 없이 배회하듯.

 

그러는 와중에도 인생의 갈림길이라 할 수 있는 마땅히 선택해야할 순간이 찾아오고, 현재에 안주해 선택하길 꺼려 주저하거나....혹은 감내하지 못해 등 돌려 피하는, 그런 미련한 짓을 벌이기도 한다.

 

우리에게, 나에게 매일이란 무엇인가?

 

다음날 이부자리에서 눈을 뜨리라는 사실과 주변 모두가 어제와 같아 무엇도 변하지 않으리란 현실일까?

 

그렇지만 누군가가 말했듯 변하지 않는 것은 없고, 대게의 변화는 돌연 찾아오는 것이기에 대처하기 미흡하며 급급한 것들뿐이다.

 

‘어느 날 운석이 나의 집에 떨어진다면?’, 혹은 ‘극대화된 태양의 플레어가 지표면을 달궈 인류를 멸망시키려 든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고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행할 것인가.

 

과도하다 싶기도 한 예시들이 잘 와 닿지 않을지 몰라도 당장 문제에 직면해있는, 그리고 이겨내지 못한 이들의 심정은 결코 위 예시에 뒤지지 않을 만한 고뇌와 스트레스 따위가 끔찍하게 넘실거리고 있을 것이다.

 

참으로 못할 짓이다.

 

새해부터 누군가의 걱정을 부추기는 글을 쓰고 있는 자신이 못나게 느껴져 입으로 가져가는 커피의 식은 냉기가 혀끝에 설(익숙하지 못하며 빈틈이 있고 서투르다는 뜻)은 향을 풍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므로 글쓴이는 양심의 가책을 잠시 접어두고, 한 영화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현금운송중인 수송차량이 공사장 인부들로 위장한 집단에 의해 습격을 받게 된다. 계획된 범행인 듯 일사천리 움직이는 탈취범들. 그 때, 총성이 울린다.

 

시간이 흘러 주인공 패트릭 H 힐(제이슨 스타뎀)은 탈취범들에 습격을 당한 현금수송업체 포르티코의 입사면접을 본다.

 

위의 사건으로 업체는 패트릭에 엄격한 실기테스트를 실시하고, 패트릭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무난한 성적으로 포르티코의 입사에 성공. 개성적인 업체동료들과 인사치레를 나눈 뒤 까칠한 선배 데이브(조쉬 하트넷) 그리고 베테랑 불렛(홀트 매캘러니)과 함께 활동하게 된다.

 

신입환영회에서 동료들은 패트릭을 품평하며 그의 과묵하고 미스테리어스한 분위기에 묘한 기시감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수송차량에 대기 중이던 데이브와 패트릭이 복귀가 늦는 불렛에 무전을 걸자 고통에 찬 신음이 흘러나오고, 불렛을 붙잡은 누군가가 명령에 따를 것을 지시한다.

 

혼란에 빠진 데이브는 회사로 복귀하려 들지만, 패트릭은 그들의 지시에 따를 것을 권한다.

 

침착한 패트릭과 납치범들의 닦달로 갈등하던 데이브는 결국 지정장소로 향하게 되고, 불렛의 머리에 총구를 겨눈 납치범들은 본인들 차량에 돈을 옮기라 협박한다.

 

지시에 따라 돈주머닐 옮기기 시작한 패트릭. 그러던 중, 그는 고의적으로 돈주머니 하날 엉뚱한 방향으로 던진다.

 

조급함에 성질이 난 납치범 중 하나가 차에서 내려 패트릭에 똑바로 하라며 총을 겨눠 협박하자 순순히 따르듯 한 패트릭은 다시 돈주머니를 던지며, 밑에 숨겨 쥔 총으로 돌연 납치범의 머릴 쏘는데....

 

셜록홈즈 : 그림자게임(2011), 킹아서: 제왕의 검(2017) 알라딘(2019)을 통해 연출의 중요성을 보여준 가이 리치 감독의 2021년작.

 

캐시트럭(원제:Wrath of Man)은 프랑스 영화 Le Convoyeur(2004)의 리메이크작으로 탈취사고를 입은 수송업체 포르티코에 입사한 의문의 남자 패트릭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사건과 그 진상을 다룬다.

 

시종일관 영화전반의 긴장감이 극대화돼 있으며, 그런 무거운 분위기에도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이를 중화해 적절한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다.

 

특유의 내력을 가진 주인공이 철저한 복수를 시행해가는 절차를 차근히 뒤따라가듯 유도해 제법 왕도적인 스토리라인을 가진 해당 영화는 독특한 묘미를 선사하며 메인악당들에 대해서도 설득력 높은 비하인드를 부여해 극 중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눈여겨볼 점으론 조연들의 명품연기를 들 수 있는데, 배우 조쉬 하트넷의 허당 선배 데이브는 극 전반에 깔린 무거운 분위기를 잘 소화시켜 주며, 외에도 등장인물마다 배치된 역할분담과 구도가 적절한 만큼 촬영교본으로 활용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인공캐릭터가 너무나 스타뎀답다는 것과, 왕도에 가까운 이야기 흐름이 시청자에 따라 싱거움을 느낄 수도 있다는 것.

 

하지만 단점보다 장점이 더 부각되는 영화이니만큼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것에 이견은 없다.


 

우리 앞엔 무수한 갈림길이 주어져 있다.

 

그리고 순간의 판단이 이를 좌우한다.

 

막강한 내력을 가진 주인공 패트릭 또한 그릇된 선택으로 소중한 것을 잃고 후회하며 복수의 길을 선택하였고, 그처럼 후회 속에서도 우리는 선택해 나아갈 지표를 정해야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평등한 선택의 기로에 서있는 건 아닌 만큼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이 자신이리라 자만해 착각한다면 그 끝에 있는 것은 가장 대면하고 싶지 않은 현실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상상해보자.

 

고작, 그토록 여길 상상을 해야만 할 것이다.

 

급박히 흘러가는 세상 속에 우리가 숨 돌릴 여유를 얻기 위해서라도....

 

 

프로필 사진

강판밸리

더보기


Migration News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