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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정대진의 영화이야기]"사는 게 왜 이리 힘들까요? 기쁨이 더 커져서일지..."

 

낯선 땅으로의 여정은 가슴이 들끓게 하는 낭만이 있다.

 

색다른 문화, 이국에서의 정취. 그리고 내 나라와 동 떨어진 곳에서 공감하게 되는 인간미와 사람들의 삶에 대한 희망 등.... 하지만 여정, 여행의 의의는 비단 그뿐만이 아니리라.

 

오랜 옛날부터 낯선 땅으로의 여로는 고행에 빗댈 만한 것이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타국에서의 고단함은 미디어가 발달한 현대사회에 있어 쉽게 접해볼 수 있는 고충 중 하나이기도하다.

 

그런 어려움을 품으면서까지 왜 사람들은 다른 세상을 접하려 하는 것일까. 돈을 벌거나 지식의 견문을 넓히고 문화를 알아가기 위함처럼 현실적인 이유도 있겠으나, 그렇지 못한 이유 또한 있다.

 

오늘은 그와 관련된 영화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언젠가 여행을 떠나게 될 친구와 가족, 지인. 그리고 본인을 위하여.

 

수술실에 한 소녀가 숨을 거두고, 살리기 위한 노력 끝에 비탄과 회의만을 얻은 주치의 맥스(패트릭 스웨이즈)는 백의를 벗고 병원을 나선다.

 

인도의 어느 시골마을. 하사리(옴 푸리)와 칼마(샤바나 아즈미)부부는 딸과 두 아들을 데리고 도시 캘커타로 상경한다.

 

일자리와 거처를 얻지 못한 하사리가족은 강터나 길가에서 잠을 청하는 나날을 보내던 중, 동향사람이라 칭한 사기꾼의 사탕발림에 넘어가 전 재산을 잃고.

 

같은 시각. 캘커타에 도착한 맥스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숙박업소설비에 쓴웃음을 짓다, 벨 보이의 악착같은 권유로 인해 몸을 파는 소녀 푸미아와의 시간을 보낸다.

 

술집으로 맥스를 이끌어온 푸미아가 그를 만취하게 만드는 사이 푸미아의 신호에 기회를 노리던 대부의 아들 아쇼카(아트 말릭)는 만취한 맥스를 습격해 금품들을 갈취한다.

 

길가에서 잠을 자다 소란에 깬 하사리는 경찰들을 부르며 맥스를 돕고, 양아치들이 떠나자 양심의 가책을 느낀 푸미아와 함께 맥스를 부축해 이동한다.

 

다음날. 맥스는 허름한 진료소의 경영자 조안(폴린 콜린스)을 마주하며 눈을 뜨고, 이곳이 어디냐는 그에게 조안은 가난한 이들이 모여 사는 마을 ‘시티 오브 조이’의 진료소임을 알린다.

 

맥스에 대해 질문하던 중 그가 의사임을 안 조안은 진료소를 돕길 부탁하지만 실의에 빠진 맥스는 제안을 거절하고 나오는데.

 

때마침 자신을 도운 하사리에 마주쳐 감사를 전하며 일자리가 간절한 그를 지지해 북돋아주고, 하사리는 직샤꾼으로서 시티 오브 조이에 거처를 마련하게 된다.

 

지갑이며 여권까지 잃어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된 맥스는 우연히 자신의 물건을 훔쳐간 아쇼카를 발견해 붙잡아보려 하지만, 대부의 입김이 닿은 경찰들이 제지에 나서자 그에 반발해 체포될 위기에 처한다.
 

우연히 지나가던 조안이 맥스의 후견인을 자청해 그를 풀어주게 되고, 조안은 재차 맥스에게 진료소에서 일할 것을 권한다. 달리 방도가 없던 맥스는 제안을 받아들이며 두 사람은 시티 오브 조이로 향하는데...

 

롤랑 조페 감독의 영화 시티 오브 조이(1993)는 대미를 장식하는 맥스와 하사리의 대화처럼 누구나의 전도다난한 삶에 대한 회한과 희망을 전한다.

 

구하지 못한 미련을 덜기 위해 캘커타에 온 맥스, 고향에서의 농사에 실패해 일자리를 얻으려온 하사리라는 두 주인공이 우연히 엮이면서 주민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여기는 시티 오브 조이의 이웃들과 함께 우정을 나누고. 마음을 치유해가는 이야길 통해 관객에게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고찰할 가치가 있는 질문을 던져 보인다.

 

세대를 막론하는 공감대의 소재이고 익숙하니 만큼 싱겁게 느껴질 내용이지만, 불필요한 요소를 배제해 알맞게 다듬어진 서사는 이상적이고 왕도적이란 느낌을 주었다.

 

삶은 우리에게 명심하게만 할 뿐, 무엇도 주지 않고 스스로가 알아가게끔 만든다. 부조리, 차별, 갈등, 낙오 등 세상에는 아는 것 보다 몰랐으면 하는 사실들이 팽배해있다.

 

우리는 고난을 피해갈 수 없는 항해사며, 우리가 타고 있는 배는 평등하지 못하다. 하지만 일맥상통이란 말처럼 결코 섞일 리 없는 이들 간에도 공감되는 생기고. 험난한 파도를 알기에 도움을 구하거나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여정은 그런 우리에게 하나의 지침이다.

 

언어가 통하지 않고 문화가 달라도 우리와 살아가는 이들이 결코 다르지 않음을 알게 하기에.

 

(딸의 결혼식장에서 빠져나오며 하사리가, 그리고 맥스의 답)

사는 게 왜 이리 힘들까요?

기쁨이 더 커져서일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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