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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정대진의 영화 이야기] 장마가 올 적이면.....

‘장화신은 고양이’ 푸스(CV:안토니오 반데라스/최석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매미가 운다.

낙엽에 부대낀 빗줄기가 부스스 나누어지고....

그럴 때면 이슬방울은 말똥거리는 눈망울처럼 시선에 들다,

찰나에 가라앉는다.

 

이 반복적인 루프가 매년 다가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이다.

 

어느덧 장마를 마주한 우리에게 있어 비는 무더위를 식혀줄 은혜이고, 폭염 속에 추적추적한 습기를 맺게 하는 불편함이지만. 누군가에게 있어선 생계를 휩쓸어가는 재앙이나 다름없으니, 그처럼 저마다가 비에 느끼는 인상은 천차만별이리라.

 

그런 인상에는 살아가는 환경이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그리고 성격이나, 추억에 따라서도 갈라진다.

 

논란을 무릎 쓰고 작자 개인의 소견을 말하자면 나는 비를 좋아한다. 본인이 무더위에 한 없이 약한 남자란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비를 맞는 촉감과 마음속 앙금조차 쓸어내리는 그 시원함이 어린 시절 추억에 의해 내게 친근하고 익숙하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줄기차게 떨어지고, 이슬 맺혀 말똥거리고, 땅으로 떨어지며 부스스 흩어진다. 그랬던 동심이 말이다.......

 

.......서론이 길었다. 어린이날을 지난지 두 달 밖에 안 됐지만 이번도 동심에 관련한 이야기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아쉬움과 탄식과 허무함을 느끼더라도 여전히 내가 글을 쓰도록 하는 동력은 과거에 있음에.

 

앙금과 같이 마음까지 가라앉히는 이 장마철에 우리의 기운을 북돋아줄 애니메이션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명성이 자자한 ‘장화신은 고양이’ 푸스(CV:안토니오 반데라스/최석필)는 델 마르라는 마을의 커다란 저택에서 주민들을 초대해 파티를 즐긴다. 그러던 때 저택의 주인인 마을 성주가 여행에서 돌아오고, 성주는 크게 노하며 병사들에게 푸스를 잡으라 명령한다.

 

병사들을 농락하며 폭죽으로 그들을 몰아세우는 푸스. 이 때 터뜨린 폭죽소리에 잠을 방해받은 숲 속의 거인이 깨어나고, 성주부터 주민들까지 가리지 않고 납치하는 거인을 막기 위해 첼로리스트의 현에 활시위처럼 걸린 푸스는 악단에 흥겨운 노래를 부탁하며 그대로 거인을 향해 날아간다.

 

치열한 공방 끝에 거인을 쓰러뜨린 푸스. 환호하는 주민들의 박수갈채에 발길을 쉽사리 떼지 못하여 노래를 부르려던 찰나, 소동으로 인해 거인의 뿔에 걸렸던 종이 떨어지며 깔려버린다.

 

병원 침대위에서 깨어난 푸스에게 수의사는 그가 한 번 죽었음을 알리지만. 고양이인 자신에겐 아홉 개의 목숨이 있으니 괜찮다며 푸스는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데, 재차 이번이 몇 번째 죽음인질 의사가 캐물어 곰곰이 생각해보니...... 여덟 번째 죽음이었다!

 

이제 푸스에게 남은 목숨은 하나. 모험을 그만두고 평온한 삶을 살라는 의사의 말을 헛웃으며 바에서 우유를 할짝이던 푸스는 죽음 따윈 두렵지 않다는 허세를 부린다. 그 와중 휘파람소리가 들려오며 돌연 ‘빅 배드 울프’(CV:와그너 모라/이현)가 푸스의 곁에 나타나고, 푸스는 자신의 명성을 비아냥거리는 현상금 사냥꾼 빅 배드 울프와 일기토를 벌여보지만 모든 공격이 통하지 않은 채 칼을 놓치고 부상까지 입는다.

 

떨어뜨린 검을 푸스 앞으로 걷어차며 다시 싸울 것을 촉구하는 빅 배드 울프. 그를 보며 온 몸의 털이란 털이 곤두설 두려움을 느낀 푸스는 자신의 장화신은 고양이로서의 전설과 숙적을 뒤로 한 채, 부리나케 도망친다.......

 

‘장화신은 고양이 : 끝내주는 모험’은 드림웍스의 간판 작품 ‘슈렉’의 등장인물 장화신은 고양이 푸스의 일대길 다루며, ‘조로’의 오마쥬인 동시에 영화 ‘마스크 오브 조로(1998)’에서 조로역을 맡은 바 있는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열연한 해당 주인공 푸스는 자신감의 몰락과 재기,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마주하기 위한 도전의 여정을 향한다.

 

동심의 세계에서 저마다의 꿈을 위해 ‘소원의 별’을 찾아 떠나는 경쟁의 여정은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이루고자하는 사회 속 개인들의 모습을 느끼게 하는 한 편, 그들 각기에게 주어진 미래의 기대 속에는 결코 놓아서는 안 될 현재의 만족이 있음을 상기시켜 각 캐릭터의 성향에 따른 결론을 재치 있게 묘사하였다.

 

아쉬운 점으론 캐릭터 분량 완급을 들 수 있다. 소원의 별을 노리는 세 파벌 중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 범죄단의 비중이 과해 주요맥락뿐 아니라 주인공 세력에 향해야 할 소소한 잡담이나 코미디비중이 이쪽에 배정됐단 생각이 드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글쓴이가 해당 작품에 좋은 이미지를 받은 것 또한 해당 캐릭터들의 영향이 컸기에 감안할 만한 부분이다.

 

우리는 과거에 사로잡혀있다. 과거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을 위해 현재 속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곤 한다. 그럴 때면 저편에 있는 어린 자신과 지나온 추억과, 동심과 함께. 눈가에 맺힌 눈물처럼 오래되고 암울한 것이 발목에 얽힌 넝쿨처럼 존재감을 과시하고.... 난 생각하였었다. 과거는 현재의 자신을 멀게 느끼도록 하는 마약 같다고.

 

누군가가 말하길 망각은 신이 우리에게 주신 으뜸의 선물이라 한다. 나는 그 말이 싫지만, 그렇다고 부정할 순 없다. 기대는 깊어질수록 고갈되고 그 끝에 남겨질 건 기대와는 반대의 것이 될 테니까. 그렇기에 지금 다시 나는 동심의 꿈을 꾸며, 꿈을 망각하고자 한다.

 

현재에 지치고, 현재에 낙담하고, 현재가 무거운 짐과 같이 느껴지더라도. 지금이 내 삶의 끝은 아니리란 희망을 품고.

 

뉴스노믹스 정대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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