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노믹스 이화숙 기자
'먹고 살만해 졌는데 왜 이렇게 마음은 허전할까요?'
예술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많이 나오는 이야기다. 참여자들은 대부분 아이들이 제법 커서 손이 덜 가는 주부거나 직장을 은퇴하고 인생 2막을 설계하는 분들이다. 그들이 말하는 허전함은 물질의 결핍에 있지 않다. 그래서 도서관이나 기관에서 하는 각종 교양 강좌를 찾아 다닌다. 지식을 중심으로 하는 교양 프로그램은 지적 허기는 어느 정도 채울 수 있으나 근원적인 허기짐은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혹시나 예술에 답이 있을까하여 찾아온 분들이다. 인생 2막에서 과연 예술은 내게 무엇이 되기나 할까 반신반의 하면서.
삶의 질을 높이고 싶은 욕구는 비단 도서관에서 만난 소수의 사람들뿐안이 아니다. 지난 9월 7일부터 5일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4 키아프, 프리즈 서울 전시는 우리 사회의 예술적 욕망의 규모를 보여주었다.
키아프(KIAF)는 '한국국제아트페어'이다. 2002년부터 시작된 국내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이다. 같이 열린 프리즈(FRIEZE)는 세계 3대 아트페어 중 하나이다. 키아프와 프리즈가 손을 잡고 매년 대형 미술 장터가 서울 한복판에서 열린다는 것은 그만큼의 수요가 있다는 것이다. 폐막한 '키아프리즈'의 내방객은 총 5일간 8만 2천여 명이 들며 우리 사회의 예술적 관심이 크게 고조되었음을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예술이 밥먹여주냐!"는 말을 무례한 줄 모르고 마구 쓰던, 힘든 시절을 우리 사회는 지나왔다. 마음보다 물질적 토대의 구축이 간절했던 시기였기에 예술을 논하는 것은 배부른 소리 취급 당했다. 나 역시 예술 까막눈이었다. 까막눈이었던 시절은 예술에 대해 아쉬운 것이 하나도 없었다. 모르는 세계에 대해 갈증이 있을리가 없다. 그러나 아무리 독서로 지식을 채워도 포만감이 들지 않는 '영혼의 폭식증'이 생겼다. 폭식증의 원인을 찾느라 무엇이든 손가는 대로 경험했다.
그러다 예술 글쓰기를 하면서 예술 향유자가 되었다. 예술 향유의 과정은 우아하지만은 않았다. 작품감상을 하다가 느닷없이 아픈 감정이 건드려질 때는 질색할 때도 있었다. 그럴때는 외면하고도 싶었다. 그 순간 '언제까지 폭식증에 걸려 살건데?'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졌다. 그 질문은 아픈 기억과 대면하게 만드는 용기를 주었다. 진실 대면과 성찰에 이어 마침내 수용에 이르렀다. 예술 향유의 과정은 내 인생을 깊고 넓게 업그레이드 시켜갔다.
이와 관련, 철학자이자 소설가인 알랭드 보통은 <영혼의 미술관>에서 예술의 7가지 기능을 말한다. 그중 기억은 우리 주변의 일시적이고 아름다운 경험을 보존할 수 있다고 한다. 또 슬픔을 표현한 작품을 통해서는 슬픔과 고통을 온전히 느낌으로서 고통을 보다 잘 견딜 수 있는 장점도 언급한다. 이런 예술의 7가지 기능을 통해 "인간의 마음에 있는 심리적 취약점을 보완한다."고 알랭드 보통은 전한다. 인간의 성장과정에서 육체적 성장과 함께 마음의 성장도 챙겨야 함은 당연하다. 이에 예술의 7가지 기능은 우리가 무엇을 지향점으로 삼아야 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예술 작품은 작가가 관객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한다. 작가에게 받은 선물로 예술 향유를 하면서 인생도 업그레이드 해보면 어떨까. 예술을 굳이 멀리서 찾을 필요는 없다. 관심만 갖는다면 집 근처의 갤러리나 미술관은 많다. 깊어가는 가을에 여기저기서 풍성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전시는 혼자가야 제맛이다. 배부르고 등따숩고 마음마저 꽉찰 것이다. 오롯한 나와의 만남,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