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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탐사기획


(단독 인터뷰)정인갑 전 中청화대 교수, "정약용 목민심서 등 韓고서, 현대서 오역 多" 지적

"韓 번역가 한국어 문법 테두리 벗어나지 못해서 생긴 오류"
"韓 고서 한국의 문화자산일 뿐 아니라 전 세계의 공동 자산"

뉴스노믹스 최대억 기자 |

 

“정약용의 목민심서 등 한국의 고서(고대 중국어 원문)는 한자문화권에서 조차 손색이 없을 만큼 훌륭한 문헌인데, 정작 현대에서 한글 번역본을 보자니 상당수 오역이 있어 이를 바로 잡고자 책을 쓰게 됐습니다.”

 

한국의 국사편찬위원회에 해당하는 중국의 중화서국(中華書局) 편집부장 출신의 정인갑(75ㆍ조선족) 전 청화대학교(중문학과) 교수는 22일 본지 기자와 만나 “고려사, 조선왕조실록과 더불어 한국 역사 3대 정사 중 하나인 삼국사기를 번역한 역주 삼국사기를 비롯, 역주 목민심서와 북역 삼국유사에서 여럿 오역을 발견했다”면서 “이로써 원본, 번역본, 필자의 수정 번역본 형식으로 ‘한국 고서정리 오류해제’란 이름을 달아 책을 썼다. 한국의 고서 정리에 일조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삼국사기의 원문 제 1책 160쪽 제7행(위로부터)에 써여진 ‘文武王上元年 雖在服 重違皇帝敕命’이 역주 삼국사기 번역본 제2책 183쪽 제8행(아래로부터)에선 ‘왕께서 비록 상복을 입고 있는 중이지만 무거운 황제의 칙명을 어기기는 어렵습니다’라고 오역돼 있다”면서 “이는 ‘왕께서는 비록 상복을 입고 있는 중이지만 황제의 칙명을 어긴 책임 지십시오’라고 왕에게 직언하는 형태로 번역해야 옳다”고 지적했다.

 

 

특히 “원문의 ‘重’의 뜻은 ‘책임지다’로써, 誰其重은 즉 누가 이 책임을 지는가, 누가 그 잘못을 책임지느냐‘로 번역해야 하나, '어렵다’로 잘못 표현한 것이다”고 부연했다.

 

또 “제 1책 386쪽 제8행(위로부터)의 ‘義慈王十一年王若不從進止’이 번역본 제2책 510쪽 11행(위로부터)에서 ‘왕이 만약 나아가고 머무는 것(進止)을 따르지 않는다면’이라고 된 것은 ‘왕이 만일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進止는 명령. ‘나아가고 머무는 것’이 아니다”면서 “北齊書·文苑傳·顔之推: 帝時有取索, 恒令中使傳旨, 之推禀承宣告, 館中皆受進止(황제는 때때로 요구하는 것이 있으면 중사를 시켜 전달하였으며 안지추는 선고를 받았고 관중의 사람들은 모두 명령을 접수하였다)로 써야한다”고 했다.

 

역주 목민심서의 경우, 원문 제7책 494쪽 10행(아래로부터) ‘汝亦久勞, 無怪14其然’은 ‘너 역시 오랫동안 피로했을 것이니 그렇게 된 거 나무람 않겠다’로 번역해야 하나, ‘네가 오랫동안 피로했던 모양이구나. 이렇게 된 것도 이상하지 않다’로 오역돼 있다고 꼬집고, 북역 삼국유사는 ‘有’의 오역 등을 상세히 서술했다.

 

정 교수는 중국 북경대학교 중문학과(고전문헌 전공, 고서 정리의 인재를 배출하기 위해 설립된 학과) 졸업 후 중화서국에 몸을 담아 정년 퇴임했다.

 

정인갑 교수는 1918년에 가족이 중국으로 이주,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동포 3세’ 미국 식으로는 ‘동포 2.5세’, 중국에선 ‘조선족 제3대’이다.

 

정 교수는 “이런 신분 때문인지 어릴 때부터 북한에서 출간된 한국의 고서를 많이 읽었다”면서 “초⋅중⋅고교 때는 주로 한글로 번역된 고서이거나 한글로 재창작된 옛이야기 책들이다. 이를테면 춘향전, 심청전, 홍길동전, 강감찬전, 장화홍련전, 박제상전, 허생전 등이다”고 말했다.

 

그는 “북경대에 입학해서부터 한국 고서 원문을 탐독, 삼국사기 등을 접촉하기 시작했다“면서 ”1987년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의 고서를 많이 구매했고, 그때부터 한국 고서의 원문과 번역문을 더 많이 읽을 수 있었으며 이미 35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러는 와중에 고서를 오역한 곳을 많이 발견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과거 일본 방송사가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 선정을 위한 피겨퀸 김연아의 PT(프레젠테이션) 내용을 일부 오역해 내보내 논란을 일으킨 바 있지 않은가”라면서 “당시 김연아는 ‘내 꿈을 이루고 다른 이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기회를 준 IOC 위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Thank you dear IOC members for providing someone like me the opportunity to achieve my dreams and to inspire others)’고 했는데, 아사히TV 측은 ‘IOC 위원들이 내 꿈을 이루기 위해서 다른 후보 도시보다 한국의 평창을 응원해 주기를 바란다'는 잘못된 해석을 붙여 마치 김연아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평창을 뽑아달라는 내용으로 보도했듯 오역한 그 사건은 일본이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것"이라고 번역의 중요성을 빗대어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고서는 한국의 문화자산일 뿐만 아니라 한자문화권, 나아가서는 전 세계의 공동 자산이다”면서 “다산 정약용과 중국의 공자진(1792∼1841)은 거의 같은 시대의 거장인데 정약용의 저서가 더 훌륭하다고 본다. 한국의 고서에는 이렇듯 한자문화권에서 손색이 없는 훌륭한 문헌이 많다. 이런 문헌들은 잘 정리하여 한자문화권의 17억 인구에 읽혀야지 5천만 한국인에게만 읽히면 너무 아깝다고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고대 문헌을 정확히 정리, 번역해 한자문화권 및 인류 문화에 공헌해야 한다”면서 “절대 ‘거기서 거기면 되지’라는 식으로 한국인에게만, 그것도 틀리게 읽히면 안 된다. 이런 의미에서 본인은 30여 년간 정리 및 번역한 한국의 고서에서 본 느낌을 한데 엮어보았다. 주로 가장 수준도 높고, 편폭도 큰 역주 삼국사기와 역주 목민심서 및 북역 삼국유사의 오류를 예로 들었으며 ‘한국 고서정리 오류해제’란 이름을 달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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