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5 (일)

  • 구름조금동두천 24.5℃
  • 흐림강릉 22.2℃
  • 구름조금서울 26.5℃
  • 구름많음대전 26.6℃
  • 맑음대구 25.0℃
  • 맑음울산 24.5℃
  • 맑음광주 27.1℃
  • 구름많음부산 28.0℃
  • 맑음고창 25.3℃
  • 구름조금제주 28.6℃
  • 구름조금강화 24.3℃
  • 구름조금보은 25.1℃
  • 구름조금금산 25.5℃
  • 맑음강진군 26.2℃
  • 맑음경주시 24.5℃
  • 구름조금거제 28.0℃
기상청 제공

유라시아탐사기획


(단독)한글 계승해온 中 조선족, 교과서·간판 '한글 퇴출' 속에서 버텨온 대안학교 '정음우리말학교'

시진핑 정부 2년전·올해부터 한글 교과서·간판→중국어로 교체
정음우리말학교, 中 전역서 한글 외에도 민족 문화·예술 등 전수
10년전 정음우리말학교 최초 작명 참여한 3명중 1명은 한국인 

뉴스노믹스 최영광 기자/중국지사 |

 

 

"우리(중국) 정부가 민족통합교육의 일환으로 한글교육 위축을 목적으로 방침을 정했으나, 그 원칙속에 유연성은 늘 존재하죠. 그래서 중국은 되는 것도 없지만 안되는 것도 없는 곳입니다. 민족의 말과 글을 지키려는 정체성은 억지로 빼앗을 수 있는 게 아니죠."

 

올해부터는 동포들이 많이 거주하는 중국 연변 조선족 자치주(중국, 러시아, 북한의 교차 지점에 위치)에서 한자와 한글을 병기하되 한자를 우선 표기하는 규정을 만들어 시행하기 시작했으나 인위적으로 소수민족의 정체성을 약화시키고 한족 문화에 동화시키려는 정책은 되레 문화적 역풍을 자극시킬 수 있다는 점을 적시하는 한 조선족 한글학교(장가계 정음우리말학교 운영) 교장의 말이다. 

 

그는 중국 정부의 이같은 조짐을 예측하고 10년전 부터 중국에서 민간 차원의 한글 학교 설립을 주도한 정음우리말학교 배귀봉 비서장의 추진에 적극 참여한 김창운 씨(길림성 훈춘 출신)이다. 

 

앞서 2012년 말부터 북경에서 한글 주말강습반(학생수 6명)으로 시작해 2013년 3월 정식으로 학교 이름을 지어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는 정음우리말학교는, 시진핑 집권 2기가 시작된 2017년 19차 당대회부터 국가 통일과 사회 안정을 위해 교육에서 민족 단결을 강조한 시 주석이 2019년 9월 "중화민족은 한 가정이고, 함께 중국몽(中國夢)을 건설해 가야 한다"고 발표하기 전부터 중국 전역에 흩어져 사는 조선족들에 의해 차곡차곡 준비되고 있었다. 

 

이후 조선족 학교에서조차 2020년부터 한글로 된 교과서 대신 중국어 국정 교과서가 사용되기 시작, 2021년부터 대학 입시에서 소수민족 가산점이 없어지고 역사, 정치, 어문 과목 시험을 중국어로 치러야함에도 정음우리말학교는 주말학교 대안으로 되려 반대급부로 성장하는 형국이다. 

 

정음우리말학교가 첫 발기된 북경지역의 경우 6명의 학생으로 시작, 지난 10년간 1천여명이 이곳을 거쳐갔고 현재 100여명의 조선족 아이들이 매주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우리말을 배우며, 한 학기 16주 과정(3년 졸업)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2017년 1월 7일에 열린 1기 교사연수회도 최근까지 쭉 이어지고 있다. 

 

정음우리말학교는 한글 수업외에도 비빔밥 만들기, 찰떡 치기, 어린이 전통예절 교육, 전통놀이 등도 함께 진행한다. 

 

 

정음우리말학교 명칭(네이밍)은 2013년 중국 북경 5환에 위치한 왕징의 한 중식당에서 세 사람(조선족 2명, 한국인 1명)의 모임에서 비롯됐다. 

 

배귀봉 정음우리말학교 비서장(당시 정음우리말학교 부주석, 북경 거주·길림성 서란 출신)은 "(한국인에게)학교 이름 무엇이 좋을까"라고 물었고, 한국인 B씨(대구출신 언론인)는 "세종대왕의 세종을 따서 세종한글학교 어떠냐"고 제안했다. 

 

이후 배 비서장은 "중국내 우리 민족의 지원 등에 앞서 조선어학교 폐지 논란이 있을 수 있고, 중국 입장에선 남의 나라 임금(조선 왕)을 숭상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세종은 너무 티난다"고 하자, B씨는 "훈민정음 학교 또는 훈민한글학교, 정음한글학교는 어떠냐"라고 재차 제안했고 이후 '정음우리말학교'로 정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동석한 조선족 C씨(당시 북경천지산악회장, 길림성 화룡 출신)는 이날 "중국 교육당국이 조선어를 없앨리는 없다고 하나, 56개 민족의 화합을 위한 정책으로 중국어를 중시하고 조선어 사용을 조선어 학교 내에서 최소화하려는 조짐이 있다"면서 "중국은 '大事化小, 小事化了(큰일은 작게, 작은일은 없도록한다)'는 말이 있듯 정부 방침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마음을 줄이고 일단 조선족이 희생해야하는 부분이라 보여지며, 희생해야 또 살아남기에 정부에 반발하거나 자극하지 않고 민간차원에서 조선어학교를 조심스럽게 만드는 것이 쉽지않으나 반드시 실천으로 옮겨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조선족 학생들에게 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게 끔 전통과 풍습을 지금의 우리 기성세대가 실천해나감으로써 아이들이 전승해나갈것"이라며 "향가나 한시와 같은 짧은 글들은 학생들도 쉽게 받아들일수 있기에 아이들에게 배워주고 외울수 있게 하면 우리의 문화를 더 쉽게 받아들일수 있을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탄생한 정음우리말학교 네이밍은 현재 중국내 북경, 순의, 천진, 연교, 진황도, 길림, 장춘, 대련, 연대, 청도, 일조, 광주, 동관, 장가계, 서안, 곤명, 심양, 성도, 중경, 하얼빈과 한국, 일본 등 30여개 지역에서 사용되고 있다.

 

 

한글날 대체공휴일인 10일 중국 호남성 '장가계 정음우리말학교' 초대 교장인 김창운 씨(조선족, 길람성 훈춘)는 "10년 전부터 선견지명을 갖고 정음우리말학교 설립을 이끌어준 정시철 중국조선민족사학회 회장과 배귀봉 비서장, 최영광 북경천지산악회 회장 등 조선족 분들과, 학교 이름을 짓는데 역할을 하고 미국과 유럽, 일본, 동남아 등 전 세계에 거주하는 조선족 동포들에게 편지(정음우리말학교 필요성과 설립 등 게재)를 써준 한국인 언론인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연변조선족자치주 정부는 조선언어문자공작조례실시세칙을 공포해 시행에 들어갔다.

 

지난 7월 25일 마련된 세칙에 따르면 각 국가기관·기업·사회단체·자영업자들이 문자를 표기할 때 중국어와 한글을 병기하도록 명시했다. 

 

70년 전 자치주가 설립될 때부터 한글을 우선 표기하도록 했으나 이젠 한글 대신 중국어가 우선 표기되면서, 앞으로는 조선족 자치주에서 한글 간판이나 광고를 찾아보기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최근 2년전부터 중국 동북 지방 일부 조선족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신학기부터 옌볜(延邊)교육출판사가 만든 ‘한어(漢語·중국어)’ 교과서 대신 중국 인민교육출판사가 만든 ‘어문(語文)’ 교과서를 쓰며 그간 조선족 학생들을 상대로 진행해온 조선족 교사들의 조선어 수업을 중국어로 진행하고 있다. 

 

 

 

 

 

 

 

 



 


 

 


강판밸리

더보기


Migration News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