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노믹스 권경희 기자 | 오랜 기간 롯데건설을 이끌어온 하석주 대표이사가 임기 4개월 앞두고 사의를 표명하는 한편, 계열사 등을 통해 자금 수혈에 집중하는 등 롯데건설 재무건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롯데건설이 수주한 재개발 사업지에서 입찰보증금 일부를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1억원 상당의 사재까지 투입하는 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둘러싼 롯데건설의 자금난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최근 미아3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 사업지로부터 입찰보증금 300억원 중 100억원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입찰보증금 회수가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 시공사 관계자는 "시공사가 입찰보증금을 회수하는 경우는 처음 본다"며 "전액 회수를 했다면 사업을 아예 포기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텐데 일부만 회수했다는 것은 오히려 회사의 상황이 더 절박한 것임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롯데건설은 이번 회수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법적으로 시공사는 조합에 유이자로만 사업비를 대출하도록 돼 있다"며 "조합에서 초기 사업 진행을 위해 필요했던 급전 200억원 정도는 쓰겠다 하고 나머지 100억원은 굳이 들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 하에 서로 윈윈 차원에서 반환한 것"이라고 밝혔다. 시공사가 지불한 입찰 보증금은 사업비로 전환되는데, 이 사업비는 결국 유이자로 제공되다 보니 현 시점에서 불필요한 금액은 반환하는 것이 조합과 시공사 모두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사재까지 투입하는 등 롯데건설을 둘러싼 유동성 위기 논란이 연일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회수는 롯데건설 자금난에 대한 우려를 더욱 키울 것으로 보인다. 전날 롯데건설은 신 회장이 지난 19일 롯데건설 보통주 9772주를 11억7254만2000원에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신 회장이 보유한 롯데건설 주식은 18만8660주에서 19만8432주로 늘었다. 지분율은 0.59%로 동일하다. 롯데케미칼과 호텔롯데, 롯데홀딩스 등 계열사도 롯데건설 주식을 대거 매입했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 보통주 72만9874주를 875억7758만원에 취득했고, 호텔롯데는 롯데건설 보통주 71만7859주를 861억3590만원에 매입했다. 해외 법인 롯데홀딩스는 롯데건설 보통주 2만7894주를 33억4700만원을 사들였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신 회장의 주식 취득은 유상증자의 일환으로 참여한 것으로 책임 경영의 일환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자금난을 겪고 있는 롯데건설은 하석주 대표이사가 지난주 사의를 표명하면서 대표이사 교체 작업에 들어갔다. 신임 대표이사로는 박현철 롯데지주 경영개선실장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박 사장이 이사회 임명 전인 이날부터 업무파악을 위해 롯데건설로 출근한다는 일각의 보도와 관련해 롯데건설 측은 "개인적인 일정은 있을 수 있지만 출근이라는 표현은 애매하다"며 "이사회를 통해 선정 절차가 끝나야 정식 출근을 하게 되는데 아직은 이사회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 보통주 72만9874주를 875억7758만1000원에 사들였고 호텔롯데과 롯데홀딩스도 각각 롯데건설 보통주 71만7859주(861억3590만1000원), 2만7894주(33억4700만1000원)를 취득했다. 롯데건설은 지난 18일 보통주 148만5450주 유상증자로 운영 자금 1782억원을 조달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롯데그룹 차원에서 진행한 유상증자의 결과로 최대 주주들의 지분이 변동되고 해외법인인 롯데홀딩스 자금이 유입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