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노믹스 권경희 기자 | 네이버가 인테리어 이커머스 업체 오늘의집(법인명 버킷플레이스) 등 보유 중인 일부 기업 지분 매각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오늘의집과 명품 커머스 업체 발란 등 기존에 투자했던 일부 스타트업의 지분 매각에 나섰다. 매각 대상은 네이버와 사업적 연관성이 적은 스타트업들로 내년에도 기업공개(IPO)가 쉽지 않다고 판단해 할인율을 높여 현금확보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가뜩이나 침체된 벤처투자 시장에 찬물을 얹는 행위로 투자위축 심리가 더욱 커질까 우려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2018년 50억원을 투자해 오늘의집 지분 11%를 확보하고 있으며, 2020년 11월 발란에 40억원을 투자해 지분 약 8%를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가 알짜 스타트업들의 지분 매각에 나서자 비스톤에쿼티파트너스와 유진투자증권 등이 벌써 지분 인수에 관심을 갖고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지분 매각 대상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를 직전 투자 유치 당시 평가된 몸값 대비 최대 50%까지 할인율을 적용하며 지분 매각을 논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수익률에 욕심을 내기보다는 빠른 지분 매각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셈이다. 네이버가 이들 스타트업에 투자한 시점이 대부분 설립 초기여서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더라도 상당한 규모의 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는 측면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가 이번에 매각을 추진하는 지분 중 가장 관심이 모이는 것은 인테리어 e커머스 업체인 ‘오늘의집’이다. 네이버는 오늘의집 전체 기업가치를 약 1조 3000억원으로 평가하고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인데 오늘의집은 5월 투자 유치 당시 2조원의 몸값을 인정받은 바 있어 약 35%의 할인율을 적용한 셈이다. 네이버는 오늘의집 지분 전량을 매각하면 약 1400억원을 회수, 4년 만에 30배 가까운 투자 수익을 실현하며 대박을 기대할 수 있다.
명품 커머스 스타트업인 발란의 경우 다른 투자 기업 지분보다 할인율을 더욱 높게 책정하고 지분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버는 발란의 기업가치를 약 1300억원으로 평가했는데 올 10월 발란은 추가 투자 유치 당시 3000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어 할인율이 50%를 넘는다. 통상 대규모 구주 거래의 경우 시가에 비해 10% 이상 할인율을 적용하지만 직전 기업가치 대비 절반 수준으로 매각가를 낮춘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그럼에도 매각 성사시 네이버는 2년 만에 두 배 이상의 투자수익을 거둘 수 있다.
네이버는 또 밸런스히어로와 퓨쳐플레이·트리플 등의 투자 지분도 매각 대상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밸런스히어로와 퓨쳐플레이·트리플의 기업가치를 각각 1600억원, 1100억원, 3650억원 수준으로 평가했다.
네이버가 초기에 투자한 만큼, 현재 기업가치 대비 할인율을 적용하더라도 매각 성사 시 상당 규모의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보유하고 있는 스타트업 지분 매각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