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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정대진의 영화이야기]도전과 저항할 혈기와 알아가는 원동력이며, 만들어갈 여력

트랩가 합창단 이야길(The story of the Trapp Family Singers) 원작으로 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사람은 시대에 따라 변해간다. 혹은, 하루가 멀다 하며 시시때때로 변하기도 한다. 우리는 시대의 발자취를 따라 한 개인이 알고 이해하기에 많은 것들을 접하게 되며, 오랫동안 알아가며 쌓아온 지식이 낡은 관념임을 인정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준비를 해나가야 하기도 한다.

 

낙엽처럼. 이 흐르는 시간 속에 몸담아 나아갈 저마다에겐 ‘새로움’의 순풍이 불어오지만, 우리는 대게 이를 직관적인 정보로만 이해해 일상의 일부로서 받아들인다. 문뜩 떠오를 때면 ‘이 몸에 돛을 달면 바람이 밀어 빨라진다.’거나, 혹은 ‘날개를 달면 떠오르게 해준다.’와 같은 이상을 바라고 꿈꾸는 날이 오더라도 막연한 상상을 실연할 방도를 찾다 의욕을 깎고, 끝내는 관심을 쏟길 번거롭게 여겨 등한시 해버리는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생각하게 되는 건 나도 나이가 들어 이 몸의 혈기가 옅어지려는 순간이 찾아왔기 때문일까? 그저 부는 바람 좋고 나는 새들 보기 좋던 시절은 온데간데없이 나풀거리는 낙엽이 번거로우며 머리가 헝클어지는 불쾌감을 신경 쓰게 된 지금이 있다. 이처럼 바라지 않던 자신의 현재를 직시하노라면 한 모금의 술이 간절해져와 절로 목구멍이 애가 타곤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어느 영화 한 편이 떠오른다.

 

오스트리아 찰즈부르크수녀원의 견습수녀 마리아(줄리 앤드루스)는 언덕에서 노래 부르기에 빠져있던 중, 아침미사에 늦었음을 알고 허겁지겁 달리기 시작한다. 마리아가 미사에 참석하지 않은 걸 안 원로 수녀들은 불성실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그녀에 대한 처우를 고민하고. 이들의 의견을 수렴한 원장수녀(페기 우드)는 마리아와 독대해 그녀의 순수한 동기를 듣곤, 마리아가 장래에 대한 비전을 얻을 수 있도록 트랩가의 가정교사로 출장 갈 것을 명한다.

 

꿈과 장래에 대해 고민하면서도 자신에 주어진 일을 완수해 당당히 수녀원으로 돌아갈 것을 다짐하는 마리아. 그녀는 우여곡절 끝에 당도한 트랩가의 웅장한 자태에 압도되고, 집사의 안내를 받아 아내의 사후 냉랭해진 가장 폰 트랩 대령(크리스토퍼 플러머)과 일곱 남매를 마주하게 된다.

 

여러 가정교사가 포기한 개구쟁이 일곱 남매들을 독대하고, 그들이 부친의 애정에 목말라 있음을 알게 된 마리아는 훈육문제로 폰 트랩 대령과 마찰을 빗으며 전도다난할 앞날을 예견한다. 그날 밤. 거센 비바람과 천둥번개가 몰아치는 와중 천둥소리에 하나 둘 몰려드는 남매에게 ‘자신은 기분이 안 좋을 땐 좋은 일을 떠올린다’며, 어느 노랠 불러주기 시작하는데....

 

회고록인 트랩가 합창단 이야길(The story of the Trapp Family Singers) 원작으로 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1965)은 기반이 된 뮤지컬의 개성과 이채롭고 화려한 영상미가 잘 버무려진 고전의 명작으로 손꼽힌다. 오프닝부터 그 묘미는 여실히 드러나, 주인공이 아침미사를 지각하게 되는 원인인 언덕산책 중 ‘Prelude And The Sound Of Music’곡이 흐르는 사이. 풍경이 내리비춰지며 주인공과 함께 자연히 영화의 무대이기도 한 찰즈부르크를 관객에게 각인시키도록 한 연출은 더없는 명장면으로 평가 받는다.

 

아이 못지않게 순수하고 동심어린 주인공 마리아는 노래와 포용으로 트랩가에 맺힌 응어리를 풀어나간다. 그 같은 과정은 자연히 공감할 수 있는 소재들로, 전형적인 이야기구성이다. 하지만 여기에 독일에 합병된 오스트리아의 형국이 더해지며 주변인물의 정치적 이데올로기 변화가 두드러지며 이에 의해 강경한 오스트리아민족 본 트랩 대령의 대항과 독일의 손아귀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트랩가족의 고군분투가 영화 종반 급부상하게 된다.

 

이는 자칫 불온한 시대상과 맞물려 극의 분위길 가라앉힐 수 있는 요소이지만, 역으로 개성있는 트랩가의 인물들을 통해 희극적인 요소로 반전되었고. 영화가 끝날 때까지 관객의 몰입도를 유지시켜주는 놀라운 시너지를 발휘하였다.

 

우리에겐 도전과 저항할 혈기가 있었다. 그것은 알아가는 원동력이며, 만들어갈 여력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순응하고 낙담하면서 우리 어른은 외면이라는 습관이 들어버렸고, 어느덧 창의적인 발상과 상상을 아이들의 전유물로 치부하며 그를 외면하는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다.

 

‘바람’이 우리 ‘바람’대로 쉽사리 답을 제시해주지 않더라도, 떠다니는 낙엽처럼 순응할 뿐이라면 우리는 끝내 해답과는 거리가 먼 어느 한복판에 도태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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